전국한자능력검정(어문회)
- 201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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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문회 2급, 40회 합격수기>
복학한 뒤, 정신없이 1학기를 떠나보내고 맞이한 여름방학.
나는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집 근처 독서실에 자리를 잡았다.
독서실에 들고간 것은 달랑 교재 하나와 연습장 그리고 필통 뿐...
첫날, 책상에 앉아 연습장을 펼쳐놓고는 계획을 짜보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8월 2일, 40회 시험까지 약 5주...
그동안에 2355字를 모두 외울 수 있을까??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물러설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한자시험을 계획했다가 포기했던 것이 한두번도 아니고 게다가 이번 여름방학이 한자시험을 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짜증나고 지겨운 한자와의 씨름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공부했던 교재는 어문회가 직접 발간한 이 책이었다. 군복무 시절, 다른 책으로 잠깐 공부해 본 적이 있었는데 한자의 모양이나 훈/음 등이 대표훈음과 다른 경우가 종종있어 헷갈리고 짜증났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으로 시험을 준비하기로했다. 이 책에는 배정한자 이외에 '사자성어'와 '약자' 그리고 '동의어/유의어'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어 마무리까지 이 한 권으로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내 공부시간은 이랬다.
보통 아침 12시쯤 일어나서;;
씻고 밥먹고 2시~3시까지 독서실에 가서 6~7시까지 오후 공부를 했고, 집에서 저녁을 먹은 뒤, 다시 돌아와서 9~새벽1시까지 저녁 공부를 했다. 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다.
"외워지지 않는다고 짜증내거나 스트레스 받지 않기"였다. 나는 남들보다 머리가 좋지도 않고, 한자에 대한 기본지식이 풍부한 것도 아니니 잘 외워지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마음 가짐을 했고, 또 이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가급적 받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처음 약 2주 동안에는 한 글자당 3번씩 집중해서 천천히 써보았다. (2급 인명,지명 字를 제외한 9~3급 한자) 물론 3번씩써서 완벽히 외운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을 쭉 돌려보니, 한자에 대한 '감'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다. 2회독을 할 때에는 각 한자를 1번씩만 써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해당 한자와 연관된 동의어/반의어 들도 1번씩 같이 써보았다. 3회독을 할 때에는 각 한자를 1번씩만 써보았고, 외워지지 않는 한자에는 체크를 했다. (물론 체크한 한자가 훨씬 많았다.)
3회독을 끝내고 나는 절망했다.
외웠다고 확신이 드는 한자는 100자도 않될 듯 했다.
기출문제를 풀어보니 35점이 나왔다.
150점 만점에 105점이 합격선인데...
35점이라니........ㅠ
이 때가 7월 15일, 시험이 20여일 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아... 어떻게 해야하지??"
그래서 친구에게 조언을 요청했다.
그 녀석은 나보다 앞서 지난 2월에 있었던 38회 시험에 합격했었다.
친구 曰
"오답노트가 제일 중요해!!"
데스노트가 아닌 오답노트...
그래서 이 때부터 남은 기간 동안 기출문제풀이와 오답노트정리를 중점적으로 하기로 했다.
독서실에 입실하면 먼저 2급배정(인명/지명용) 한자를 눈으로 천천히 읽었고, 그 다음에는 교재에 부록으로 있는 사자성어를 한번 씩 써보았다. 그리고 저녁에 기출문제를 한 회씩 풀고, 틀린 것들은 오답노트를 만들어 따로 정리했다. 위와 같이 일주일 정도 꾸준히 공부하니, 기출문제 점수가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2급한자를 외우면서 70점대 80점대 90점대까지 도달했고, 사자성어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100점대까지 도달했다.
시험 1주일 전부터는 '약자'도 외웠는데, 어렵게 생각했던 '약자'도 나름의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3일 정도 보니 약자도 다섯문제 중 반 이상은 맞출 수 있었다.
시험 3,4일 전까지도 기출문제 점수가 100점에서~110점 사이로 불안하게 왔다갔다 했지만, 마지막 날 까지 꾸준하게 공부했다. 시험 전 날 39회 기출문제를 풀어보니, 119점이 나왔다. 이 때, 마음 속으로 합격을 확신하였다. 시험 당일, 택시를 타고 가면서, 가볍게 오답노트를 훑어보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초딩들;;과 그 부모님들, 그리고 다른 수험생들이 꽤 있었다.
내가 배정받은 교실으로 들어가니 책상에 수험표가 붙어 있었고 내 자리를 찾아 앉은 다음 시험이 시작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오답노트만 보았다. (교실에 서른개가 넘는 책상에 모두 수험표가 붙어 있었지만, 실제로 시험을 치른 수험생은 나를 포함해서 여섯, 일곱 명밖에 되지 않았다.)
시험이 시작되자 마자, 훈음문제부터 빠르게 풀기 시작했고, 다행히 대부분 아는 한자들이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장단음을 빠른 속도로 찍어준뒤 동의어/반의어 쓰기와 사자성어를 풀었다. 그 다음 약자와 기타 쓰기 문제까지 모두 풀고 나니 시간이 꽤 남았다. 그래서 검토하고 또 검토하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험을 끝내고 나니, 마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그동안 나를 억눌렀던 무언가가 훌훌 날라가버린 듯 했다.
결국 나는 40회 시험에 합격을 했고, 한달 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위 한자능력검정시험 시험후기는 작성자의 동의하에 게시되었습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ojun84 / by. 돈키호테님 (2008/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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